조정훈 의원의 불편부당함이 돋보이는 이유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2-09-16 09:35   수정 2022-09-16 09:51


요즘 정치권의 '핫한' 인물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소중한 추석 밥상을 짜증나게 하는 특검법 추진에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뉴스 인물로 떠올랐다.

조 의원은 이 글에서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이 민생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추석 밥상에 이재명 대표와 함께 김건희 여사 의혹을 올리기 위해 서둘러 특검법을 발의했다고 한다. 가족들이 모이는 소중한 자리를 짜증나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에 특검법에 포함된 내용의 대다수를 샅샅이 수사했는데 특검을 한다고 전혀 몰랐던 사실이 과연 나오느겠냐. 민주당도 제1야당, 국회 다수당으로 여당과 정정당당한 정책 경쟁으로 승부하라"고 촉구했다. 남의 부인을 정치 공격의 좌표로 찍는 행위가 부끄럽고 좀스럽다고도 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된 민주당 쪽의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김건희 특별법안이 처리되려면 본회의 표결 전에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법사위원장이 여당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때문에 법사위 상정 자체가 안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 그래서 민주당이 검토한 것이 '패스트 트랙'이다. 김건희 특검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겠다는 것. 그러려면 법사위 소속 의원(18명)의 5분의 3 이상인 11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민주당 법사위원은 10명이라 1명이 부족하다. 하지만 캐스팅 보트를 쥔 조 의원이 찬성해줄 것으로 믿었기에 별 문제가 안될 것으로 예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정작 조 의원이 신랄한 비판과 함께 반대하고 나서면서 난감하게 된 모양새다.

조 의원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특검 반대론을 이어가자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융단폭격이 이어졌다. 그의 SNS에도 비난 댓글이 쇄도했다. 점잖은 투의 비판도 있지만 쌍욕에 가까운 댓글도 적지 않다. 은근한 협박 내지 겁박도 따랐다. 박범개 의원은 지난 14일 라디오에 출연해 "조 의원이 어떻게 해서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 한 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며 "본인의 앞으로 의정활동에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조 의원은 2016년 2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인재영입 케이스로 입당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시대전환을 창당했고, 이후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해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시대전환으로 복당했다. 이런 그의 정치 입문기, 국회 입성기를 두고 민주당은 당연이 '우리편'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금뱃지를 단 후 조 의원의 말과 행동을 보면 민주당의 착각이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시대전환은 이념대립에서 벗어나 실용을 추구하는 정당이고, 생활진보를 지양하기 때문이다. 내편, 우리편이라고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본소득제를 가장 먼저 주창하며 기본소득법안을 발의한 점에서는 좌파적이지만 네거티브 규제로의 과감한 전환 등 우파적 정책도 추진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면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힌 기업들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환경에서 뛰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캐스팅 보터'로서의 선택에도 '무조건 우리편'은 없었다. 2020년 12월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근절하고 대공수사권을 3년 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랐을 때였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려고 투표에 부쳤는데 재적의원의 5분의 3인 180표가 필요했으나 딱 1표가 모자랐다. 이때 조 의원이 필리버스터 종결에 찬성해 국가정보원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지난 4월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밀어부칠 땐 “검찰개혁 의제가 최우선 의제가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반대했다.

조 의원은 지난 15일에도 김건희 특검법 반대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에서 특검을 할 때 패트트트랙으로 한 적이 없다. 절차를 무시하고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자신에게 역사적 책임을 지라고 몰아부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며 "선택적인 여론조사 숫자를 들먹이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위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집단주의적 성향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을 밀어붙였을 때 반대 여론이 65%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여론 이야기를 안 하지 않았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또다른 인터뷰에서 "국회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되돌아보라"는 박범개 의원의 말에 대해 "논리의 끝은 감정의 시작이다.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 되니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편주의' '내로남불'로는 조 의원을 설득하거나 그의 불편부당함을 이기기 어려울 듯하다. 그전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 국회의원을 향해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제다. 내각책임제가 아니다. 행정부는 국회에 의해 견제되지 않으면 그 누구도 견제할 수 없다. 의원들이 행정부를 따끔하게 질의하는 데에는 여야가 있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이 정부의 지지를 높이기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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